사사기 9장 16절-45절 새번역
16 이제 여러분이 아비멜렉을 세워 왕으로 삼았으니, 이 일이 어찌 옳고 마땅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 일이 어찌 여룹바알과 그 집안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일이라고 하겠으며, 그가 이룬 업적에 보답하는 것이라 하겠습니까?
17 나의 아버지가 여러분을 살리려고 싸웠으며, 생명을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여러분을 미디안 사람들의 손에서 구하여 내지 않았습니까?
18 그런데도 이제 여러분은 나의 아버지의 집을 대적하여 일어나, 일흔 명이나 되는 그의 아들들을 한 바위 위에서 죽이고, 우리 아버지의 여종의 아들 아비멜렉을 여러분의 혈육이라고 하여서, 오늘 세겜 성읍 사람을 다스릴 왕으로 삼았습니다.
19 여러분이 오늘 여룹바알과 그 집안에게 한 일이 옳고 마땅하다면, 여러분은 아비멜렉과 더불어 기쁨을 누리고, 그도 여러분과 더불어 기쁨을 누리게 하십시오.
20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아비멜렉에게서 불이 뿜어 나와서 세겜 성읍 사람들과 밀로의 집안을 살라 버릴 것이며, 세겜 성읍 사람들과 밀로의 집안에서도 불이 뿜어 나와서 아비멜렉을 살라 버릴 것입니다."
21 요담은 도망하여 브엘로 가서 피하였다. 그는 자기의 형 아비멜렉이 두려워서, 거기에 머물러 살았다.
22 아비멜렉이 이스라엘을 세 해 동안 다스렸다.
23 그 때에 하나님이 악령을 보내셔서, 아비멜렉과 세겜 성읍 사람들 사이에 미움이 생기게 하시니, 세겜 성읍 사람들이 아비멜렉을 배반하였다.
24 하나님은 아비멜렉이 여룹바알의 아들 일흔 명에게 저지른 포악한 죄과를 이렇게 갚으셨는데, 자기의 형제들을 죽인 피값을, 아비멜렉에게, 그리고 형제들을 죽이도록 아비멜렉을 도운 세겜 성읍 사람들에게 갚으신 것이다.
25 세겜 성읍 사람들이 아비멜렉을 괴롭히려고 산꼭대기마다 사람을 매복시키고, 그 곳을 지나가는 모든 사람을 강탈하게 하자, 이 소식이 아비멜렉에게 들렸다.
26 에벳의 아들 가알이 자기 친족과 더불어 세겜으로 이사왔는데, 세겜 성읍 사람들에게 신망을 얻었다.
27 마침 추수 때가 되어, 세겜 성읍 사람들은 들로 나가 그들의 포도원에서 포도를 따다가, 포도주를 만들고 잔치를 베풀었다. 그들은 신전에 들어가 먹고 마시면서, 아비멜렉을 저주하였다.
28 에벳의 아들 가알이 말하였다. "우리 세겜 성읍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입니까? 왜 우리가 아비멜렉을 섬겨야 합니까? 도대체 아비멜렉이 누굽니까? 여룹바알의 아들입니다! 스불은 그가 임명한 자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그를 섬겨야 합니까? 여룹바알과 그의 심복 스불은 세겜의 아버지 하몰을 섬기던 사람들입니다. 왜 우리가 아비멜렉을 섬겨야 합니까?
29 나에게 이 백성을 통솔할 권한을 준다면, 아비멜렉을 몰아내겠습니다. 그리고 아비멜렉에게 군대를 동원하여 나오라고 해서 싸움을 걸겠습니다."
30 그 때에 그 성읍의 통치자인 스불이 에벳의 아들 가알의 말을 전하여 듣고, 화가 치밀어,
31 몰래 전령을 시켜, 아루마에 있는 아비멜렉에게 알렸다. "보십시오, 에벳의 아들 가알과 그의 친족이 세겜으로 이사오더니, 임금님을 대적하려고 온 성읍 사람들을 충동질하고 있습니다.
32 그러니 이제 임금님께서는 밤중에 부하들과 함께 들에 매복하셨다가,
33 아침 일찍 동틀녘에 일어나서 성읍을 기습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가알이 그의 무리를 이끌고 나올 때를 기다렸다가, 그들을 습격하십시오."
34 아비멜렉과 그와 함께 한 모든 군대가 밤에 일어나, 세겜 옆에 네 무리로 나누어 매복하였다.
35 에벳의 아들 가알이 나와서 성문 어귀에 서니, 아비멜렉과 그의 군대가 매복한 곳에서 나왔다.
36 가알이 그 군대를 보고 스불에게 말하였다. "보시오! 사람들이 산꼭대기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있소!" 그러자 스불이 그에게 대꾸하였다. "산 그림자가 사람들처럼 보이는 것이겠지요."
37 다시 가알이 말하였다. "보시오! 사람들이 높은 지대에서 내려오고, 또 한 떼는 므오느님 상수리나무쪽에서 내려오고 있소!"
38 그제야 스불이 그에게 말하였다. "'아비멜렉이 누구이기에 우리가 그를 섬기겠는가?' 하고 큰소리치던 그 용기는 지금 어디로 갔소? 저들이 바로 당신이 업신여기던 사람들 아니오? 어서 나가서 싸워 보시오!"
39 가알은 세겜 성읍 사람들을 거느리고 앞장서 나가 아비멜렉과 싸웠다.
40 그러나 그는 아비멜렉에게 쫓기어 그 앞에서 도망하였고, 많은 사상자가 성문 앞까지 널렸다.
41 아비멜렉은 아루마로 돌아가고, 스불은 가알과 그의 친족을 쫓아내어 세겜에서 살지 못하게 하였다.
42 그 다음날 아비멜렉은 세겜 사람들이 들로 나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43 그는 자기 군대를 이끌고 나가서, 세 떼로 나누어 들에 매복하고 있다가, 그들이 성읍을 나서는 것을 보고 일제히 일어나 그들에게 달려들어 그들을 쳐죽였다.
44 아비멜렉과 그가 이끄는 한 떼는 앞으로 쳐들어가 성문 어귀를 지키고, 다른 두 떼는 들에 있는 모든 사람을 공격하여 그들을 쳐죽였다.
45 아비멜렉은 그 날 종일 그 성읍 사람들과 싸워서 그 성읍을 점령하였다. 그는 그 성읍 안에 있는 백성을 죽이고 나서, 성읍을 헐고, 거기에 소금을 뿌렸다.
사사가 아닌 원수 아비멜렉
사사는 이스라엘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이 불가피하게 세우신 지도자입니다. 하지만 아비멜렉은 다릅니다. 그는 외적을 물리치거나 동족을 구한 영웅이 아니었고, 하나님의 소명도 없었습니다. 아비멜렉은 자신의 권력욕과 지략으로 지도자가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거짓으로 사람들을 선동하고 자신의 형제 70명을 한날한시에 죽이는 악행을 저질렀습니다. 아비멜렉은 구원하는 사사가 아니라 반대로 억압하는 원수와도 같은 것입니다.
사사기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주로 외부의 적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구원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부의 적이 등장했습니다. 아비멜렉이 이스라엘의 원수가 되어 이스라엘 백성을 괴롭혔습니다. 3년 동안 이스라엘은 잘못된 지도자 한 명에 의해 고통받았습니다. 이는 이전에 이스라엘 백성들이 고통당했던 패턴과 다릅니다.
아비멜렉의 사건에서 분명한 권선징악을 확인할 수 있지만, 단순히 권선징악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이 사건의 초점은 아비멜렉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의 구원의 손길을 뿌리치더니, 결국 외부의 위협뿐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스라엘에 뿌려진 탐욕의 씨앗이 결국 열매로 자라나 이스라엘을 무너뜨린 것입니다.
요담의 우화가 가지는 의의
요담의 우화는 아비멜렉을 비난하는 것뿐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을 책망하는 것입니다. 물론 기드온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미디안과 전투 이후에 급격하게 타락했습니다. 왕이 아니라 했지만, 왕으로서 누릴 것을 다 누렸습니다. 심지어 금에봇을 만들어서 종교 권력까지도 가져갔습니다. 이로 인해 바알브릿이라는 신흥 우상 종교를 만드는 데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기드온은 하나님이 세우신 사사였습니다. 하나님이 세운 사사이기에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기드온의 죄악은 하나님이 벌하시고 결산하십니다. 우리가 처단하거나 벌하려고 함부로 나서는 게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요담의 우화와 항거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님이 하신 것이지만, 어쨌든 이스라엘은 기드온에게 빚이 있습니다. 은혜를 잊어버리고 기드온의 가문을 배반한 것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아비멜렉과 힘을 합쳐 도와서 기드온의 아들 70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르게 한 행태가 옳지 않고 악합니다. 요담은 거침없이 비판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말하고서는 나 살려라 하면서 얼른 도망갔습니다. 이는 거대한 악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한 개인의 약함이기도 합니다.
하나님이 악한 영을 보내시다.
아비멜렉이라는 한 악한 인간이 3년간 통치했습니다. 이복형제 70명을 죽이고 온갖 정치적 음모를 동원해 스스로 왕이 되어 백성을 다스렸습니다. 이 부당함을 요담은 이스라엘에게 알렸습니다. 또한 그는 하나님께 부르짖었습니다. 하나님은 마치 부재하신 것처럼 느껴졌지만, 요담 한 사람의 부르짖음도 하나님은 들으셨습니다. 하나님은 구원을 준비하셨습니다. 이번에는 여호와의 영이 아니라, 악한 영을 보내셔서 악한 자를 처단하셨습니다. 하나님은 악한 영을 보내셔서 아비멜렉의 지지 세력이었던 세겜 사람들과의 관계를 갈라지게 하셨습니다. 서로 간의 이해관계와 권력 다툼으로 인해 균열이 일어난 것입니다.
하나님은 이렇게 때로는 악한 영을 이용하십니다. 첫 번째는 하나님의 사람을 시험할 때입니다. 욥의 경우처럼 참된 믿음을 갖게 하기 위해 악을 허용하십니다. 두 번째는 악을 멸망시킬 때입니다. 칼로 흥한 자가 칼로 망하듯이, 악한 자가 악으로 망하게 하십니다. 악을 하나님의 심판의 도구로 이용하시다가, 결국 악을 패기 처분하실 때 또 다른 악에 의해 망하게 하십니다.
영적으로 보면, 선이 선을 부르듯 악은 악을 부릅니다. 마찬가지로 피를 흘리면 반드시 핏값을 치르게 되어 있습니다. 창세기 9장 6절에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았으니, 누구든지 사람을 죽인 자는 죽임을 당할 것이다”라고 합니다. 사람은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은 바 되었기에 하나님이 가만히 두지 않으십니다. 잠언 17장 11절에서는 “반역만을 꾀하는 악한 사람은 마침내 잔인한 사신의 방문을 받는다”라고 말합니다. 악한 마음으로 반역을 행하고 사람을 불의하게 죽인 자는 저승사자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불의한 자의 핏값을 하나님이 분명히 받으십니다.
불의한 야합은 오래가지 못한다.
원래 아비멜렉과 세겜의 관계는 기만과 배신으로 출발했습니다. 기드온 집안을 배신한 행위로 합쳐진 것입니다. 불의한 야합은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끝이 납니다. 3년이 지나자 이 연합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거짓으로 시작된 관계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진실한 말은 오래가지만, 거짓된 말은 수명이 짧습니다. 마찬가지로 진실한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만, 거짓된 관계는 곧 파국을 맞습니다. 악인들의 결말이 그렇습니다. 쉽게 야합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격하다가, 목표했던 것을 얻고 나면 곧장 나누어집니다. 또 다른 이해관계로 부딪히기 때문에 함께할 수 없는 것입니다.
세겜 사람들의 불만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세겜 사람들이 근처를 지나가는 상인들을 습격해서 강탈했습니다. 세겜은 팔레스타인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위치했기에 상인들이 많이 지나갔습니다. 이들에게 통과세를 거두곤 했습니다. 그러나 강도들이 나타나 상인들을 털어가자, 세겜을 통과하는 상인들의 숫자가 줄고 세금이 줄어들었습니다. 아비멜렉의 군사들이 순찰을 도는 가운데 일어난 일입니다. 세겜 사람들이 약탈을 한 이유는 이익을 취하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아비멜렉을 도와서 권력을 잡았지만, 자신들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더 궁핍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악한 방법을 동원해 이익을 얻고자 했던 것입니다. 자신들이 악을 행해도 아비멜렉을 도왔으니 아무 말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러나 아비멜렉의 입장에서는 세겜이 자신의 지지 세력이지만, 통행세가 줄어 자기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기에 마냥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이익을 위한 결합은 이익 때문에 깨어졌습니다.
허세와 악한 말이 끼치는 해로움
이때 가알이라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아마도 세겜을 관리하던 아비멜렉의 부하였던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이 열받고 있던 세겜 사람들을 도발했습니다. 포도 수확기에 연회를 베푸는 자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이방 신전에서 음란하게 한 파티였습니다. 아마도 바알 브릿 신전에서 행해진 퇴폐적인 제사였습니다. 초가을 무렵으로 초막절 절기인데, 추수감사를 드리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추수감사가 이스라엘 백성들이 타락하여 가나안식의 연회를 즐기는 문화로 바뀐 것입니다. 추수 감사는 본인이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감사를 나누는 것이 하나님이 가르치신 방식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자기 배만 채우며 흥청망청 시간을 보냈습니다.
가알은 술에 취해 허세를 부리며 세겜 사람들을 도발했습니다. 그는 아비멜렉의 정통성을 문제 삼았는데, 아비멜렉이 여룹바알 기드온의 아들이라면, 바알과 싸운 자의 아들이 어떻게 바알을 섬기는 우리를 다스릴 수 있느냐고 말했습니다. 이치에 맞는 이야기지만 매우 위험한 발언이었습니다. 이 말은 금방 아비멜렉의 귀에 들어갔습니다. 당시 그 자리에 아비멜렉의 심복인 스불이 있었고, 가알의 선동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아비멜렉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소문은 증폭되어 마치 당장 반란이라도 일으킬 것처럼 들렸습니다. 결국 아비멜렉은 이를 반란으로 간주하고, 가알과 세겜 사람들을 진압하기 위해 군사를 이끌고 왔습니다. 가알이 술자리에서 술취해 한 말이 이스라엘 내전으로 번진 것입니다.
말 한마디가 이렇게 무섭고 중요합니다. 가알도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지 몰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허세로 한 말이라도, 악한 말은 사람의 모난 심정에 불을 지르고 악한 행동을 부르고 증폭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가알이라는 한 인물로 끝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악인이 있었으니, 바로 그 말을 더 크게 만든 스불입니다. 결국 악한 이들밖에 없으니, 화만 더 커져 나간 것입니다. 그냥 연회에서 불만을 토로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으로 끝날 수 있었으나, 스불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기 이익을 위해서 일을 키운 것입니다.
악인의 전형적인 행동인 기만과 이기심
스불은 세겜을 어떻게 칠지 아비멜렉에게 구체적으로 계책을 진언했습니다. 스불은 가알과 관계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가알에 대해 아비멜렉에게 온갖 악한 말을 전했음에도 가알 앞에서는 그저 웃고 있었습니다. 중간에서 아비멜렉과 가알의 관계를 비틀어 파탄 나게 이간질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본심과 속내를 숨기고 거짓된 정보를 줍니다. 아비멜렉의 군대가 세겜에 무사히 접근하도록 가알을 속였습니다. 사람들이 산꼭대기에서 내려오고 있다고 하니, 스불은 산 그림자가 사람들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기만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악인들이 사용하는 기만 전술입니다.
세상에 특별히 악한 조직에 있다 보면, 누가 누구 편인지 모릅니다. 사람을 믿으면 큰 일이 납니다. 다 속내를 숨기고 있다가 결국 뒷통수를 칩니다. 스불이 아비멜렉에게 충성했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자기 이익 때문에 아비멜렉을 도운 것입니다. 스불은 세상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으로 자기 이익만을 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가알을 처리하면 자기가 세겜을 대리 통치하는 방백이 될 것이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아비멜렉이 워낙 악한 지도자였기에 그 밑에 있는 자들도 이렇게 악한 사람이었습니다. 한 지도자가 악하면 그 밑에 악한 자들이 줄줄이 늘어서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결국 악한 사람들이 나라를 말아먹고 나라가 거덜 나게 되어 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스불의 계략대로 일이 진행되었습니다. 스불도 계략을 썼지만, 아비멜렉 역시 군사를 쓰는 데 머리가 좋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었습니다. 악한 자들이 악한 일을 하는 데에는 뛰어납니다. 그는 군사를 네 무리로 나누어 새벽에 갑작스럽게 사방에서 포위 공격을 가했습니다. 손쉽게 반란을 주동하는 가알을 패퇴시키고, 반항하는 세겜 사람들을 학살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선동했던 가알은 죽지 않고 혼자 도망친 것입니다. 결국 중간에 이용만 당하던 세겜 사람들만 죽임을 당했습니다.
세겜에 소금을 뿌리다
아비멜렉은 세겜에 소금을 뿌렸습니다. 소금을 뿌렸다는 것은 풀 한 포기 나지 않도록 황폐화시켰다는 말입니다. 잔혹한 방식으로 살육한 것입니다. 이는 자칭 왕이라 하는 자가 세겜 땅에 있었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한 일입니다. 자기가 뽑은 왕이 자기 백성을 죽였습니다. 포악한 지도자가 하는 일이 결국 자기 백성들을 죽이는 것입니다. 물론 세겜 사람들 중 다수는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라 가나안 사람이었습니다. 어찌 되었든지, 인종 청소하듯이 살육했습니다. 하나님을 떠난 백성이 하나님을 떠난 지도자를 세우니 이런 어이없는 일을 당한 것입니다. 결국 내분이 일어나게 되고 자기 목숨을 잃게 됩니다.
세겜은 이스라엘에게 영적인 장소입니다. 아브라함이 처음으로 가나안에 왔을 때 장막을 친 곳이고, 야곱도 외삼촌 라반에게 몸을 피했다가 다시 고향에 돌아왔을 때 정착했던 곳이 세겜입니다. 여호수아가 요단 강을 건너 가나안에 들어와 진영을 세운 곳도 세겜입니다. 세겜은 이스라엘의 가나안 땅의 첫 열매와도 같습니다. 바로 이곳이 가장 악하여 황폐한 곳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외부가 아닌 내부의 악으로 더럽혀진 것입니다. 결국 이제는 이스라엘이 스스로 뿌린 악의 씨앗의 열매를 먹게 된 것입니다. 바로 가나안에 뿌린 악한 씨앗의 첫 열매 치고는 너무나 쓰리고 가혹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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