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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애굽기

출애굽기 12장 1절-20절 이 날은 너희가 기념해야 할 날이다

by 알렉스강 2024. 8. 11.

출애굽기 12장 1절-20절 새번역

 

1 주님께서 이집트 땅에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2 "너희는 이 달을 한 해의 첫째 달로 삼아서, 한 해를 시작하는 달로 하여라.

3 온 이스라엘 회중에게 알리어라. 이 달 열흘날 각 가문에 어린 양 한 마리씩 곧 한 가족에 한 마리씩 어린 양을 마련하도록 하여라.

4 한 가족의 식구 수가 너무 적어서, 양 한 마리를 다 먹을 수 없으면, 한 사람이 먹을 분량을 계산하여, 가까운 이웃에서 그만큼 사람을 더 불러다가 함께 먹도록 하여라.

5 너희가 마련할 짐승은 흠이 없는 일 년 된 수컷으로 하되, 양이나 염소 가운데서 골라라.

6 너희는 그것을 이 달 열나흗날까지 두었다가, 해 질 무렵에 모든 이스라엘 회중이 모여서 잡도록 하여라.

7 그리고 그 피는 받아다가, 잡은 양을 먹을 집의 좌우 문설주와 상인방에 발라야 한다.

8 그 날 밤에 그 고기를 먹어야 하는데, 고기는 불에 구워서, 누룩을 넣지 않은 빵과 쓴 나물을 곁들여 함께 먹어야 한다.

9 너희는 고기를 결코 날로 먹거나 물에 삶아서 먹어서는 안 된다. 머리와 다리와 내장 할 것 없이, 모두 불에 구워서 먹어야 한다.

10 그리고 너희는 그 어느 것도 다음날 아침까지 남겨 두어서는 안 된다. 아침까지 남은 것이 있으면, 불에 태워 버려야 한다.

11 너희가 그것을 먹을 때에는 이렇게 하여라. 허리에 띠를 띠고, 발에 신을 신고, 손에 지팡이를 들고, 서둘러서 먹어라. 유월절은 주 앞에서 이렇게 지켜야 한다.

12 그 날 밤에 내가 이집트 땅을 지나가면서, 사람이든지 짐승이든지, 이집트 땅에 있는 처음 난 것을 모두 치겠다. 그리고 이집트의 모든 신을 벌하겠다. 나는 주다.

13 문틀에 피를 발랐으면, 그것은 너희가 살고 있는 집의 표적이니, 내가 이집트 땅을 칠 때에, 문설주에 피를 바른 집은, 그 피를 보고 내가 너희를 치지 않고 넘어갈 터이니, 너희는 재앙을 피하여 살아 남을 것이다.

14 이 날은 너희가 기념해야 할 날이니, 너희는 이 날을 주 앞에서 지키는 절기로 삼아서 영원한 규례로 대대로 지켜야 한다."

15 "너희는 이레 동안, 누룩을 넣지 않고 만든 빵을 먹어야 한다. 그 첫날에 너희는 집에서 누룩을 말끔히 치워라. 첫날부터 이렛날까지 누룩을 넣은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이스라엘에서 끊어진다.

16 너희는 첫날에 거룩한 모임을 열고, 이렛날에도 거룩한 모임을 열어라. 이 두 날에는, 너희 각자가 먹을 것을 장만하는 일이 아니면,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

17 너희는 무교절을 지켜야 한다. 바로 이 날에 내가 이집트 땅에서 너희 온 이스라엘 지파를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너희는 이 날을 영원한 규례로 삼아서 대대로 지켜야 한다.

18 너희는 첫째 달 열나흗날 저녁부터 그 달 스무하룻날 저녁까지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먹어야 한다.

19 이레 동안에는 너희 집 안에 누룩이 있어서는 안 된다. 누룩 든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외국인이든지 본국인이든지, 이스라엘 회중에서 끊어진다.

20 누룩을 넣은 것은 아무것도 먹지 않아야 한다. 너희가 어디에서 살든지, 이 기간 동안에는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먹어야 한다."

 

 

새로운 달력은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린다

오늘 본문은 열 번째 재앙을 앞두고 유월절과 무교절 규례를 지킬 것을 당부하시는 말씀이 나옵니다. 열 번째 재앙인 장자 죽음 사건이 일어난 이후 곧장 출애굽 해야 하기에, 출애굽과 관련하여 지켜야 할 일들을 사전에 알려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캠핑 가기 전에 관련 공지 사항을 알려주는 것과도 같습니다. 유월절은 단순한 명절을 넘어, 이스라엘 역사와 신앙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사건입니다. 유월절을 기점으로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의 달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달력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유월절 날 밤, 애굽의 모든 장자가 죽는 사건은 단순한 재앙을 넘어, 이스라엘 백성과 애굽 백성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라 해서 살아남는 게 아닙니다. 애굽에 살던 사람들 중 누구나 어린양의 피를 인방과 문설주에 바른 집에 거하는 자의 장자만이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유월절은 단순히 민족적인 행사가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종의 신앙고백과도 같습니다. 이로 인해 유월절을 통해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애굽을 떠난 사람들 중에는 다양한 민족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구원이 특정 민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바로의 노예가 아니다

하나님의 백성이란 단지 혈연적 관계로 맺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과의 언약을 이행하는지의 여부에 의해 결정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하나님의 언약 관계로 세워진 절기가 중요한 것입니다. 따라서 열 재앙 사건을 앞두고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새로운 달력을 주셨습니다. 애굽에서 지키던 달력으로는 보리를 추수하던 7월쯤이었으며, 오늘날의 달력으로는 3월과 4월 정도로 계절은 봄입니다. 이 달을 아빕월로 부르고 이스라엘의 새해로 삼으셨습니다. 이후에 아빕월은 이스라엘의 바벨론 포로기에 니산월로 바뀌어 불리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왜 아빕월을 새해 첫 달로 하라고 하신 것입니까?

 

달력은 역사와 삶의 경험이 응축된 기록입니다. 우리 삶의 모든 기준이 달력에 의존하며, 달력이 바뀌면 삶과 문화 또한 변화하게 됩니다. 특히 달력은 국가가 백성들을 통치하는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각 시대마다 절기, 농사법, 공물 납부 시기 등을 국가에서 정하여 백성들에게 강제했기 때문입니다. 백성들은 국가에서 정해준 날짜에 맞춰 일을 마무리해야 했고, 정확한 시간에 생산 활동을 해야만 했습니다. 예를 들어, 애굽에서 노예 생활을 하던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의 달력에 따라 움직이며 자유로운 삶을 누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새로운 달력을 주시어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하셨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더 이상 바로의 노예가 아님을 분명히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회중, 카할קהל

3절을 보시면 하나님은 모세에게 이것을 온 이스라엘 회중에게 알리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회중이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합니다. 히브리어로 카할קהל이라는 회중은 모이다, 지정하다는 뜻이 있습니다. 지정하는 의도에 따라 새롭게 모인 무리를 회중이라 말합니다. 이전에는 바로의 노예였다면, 이제는 하나님이 지정하셔서 그 소유권이 달라진 것입니다. 회중은 단순히 사람들이 모인 집단을 넘어, 하나님의 지정하심, 즉 선택으로 인해 생긴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공동체를 가리킵니다. 이 회중이 광야에서는 회막으로 이어지고, 신약 시대에서는 각 마을마다 이스라엘 여호와 신앙을 지켜나갔던 회당과 연결됩니다. 최종적으로는 오늘날의 교회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전에는 히브리인들, 야곱 이스라엘의 아들들, 아브라함의 후손이라는 모호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처음으로 하나님이 직접 회중이라 부르시는 것입니다. 회중은 어린이와 여자, 노인이나 장애인 모두를 포함하여 차별 없이 하나님 언약 아래에 있는 모든 사람을 칭하는 말입니다. 혈연적 이스라엘만을 가리키는 것도 아닙니다. 출애굽 당시 문설주 인방에 양의 피를 발라 열 번째 재앙을 피함으로 애굽을 탈출할 수 있었던 모든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여호와 하나님께 나아가 예배를 드리는 자들입니다. 생존에 급급하여 단지 너와 나로 남남으로 살아가던 노예들이 이제는 여호와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가족이라는 정체성으로 묶인 것을 말합니다. 하나의 하나님, 하나의 예배를 공유하는 사람인 것입니다.

 

유월절, 무교절, 초실절

바로 이 회중에게 주시는 첫 번째 명령이 유월절 규례입니다. 유월절은 출애굽 당시 마지막 열 번째 재앙인 장자의 재앙을 피하기 위해 시작된 절기입니다. 이 절기는 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바르고, 그 고기를 먹는 행위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유월절은 문화 전체를 아우르는 중요한 절기로, 음식 또한 특별했습니다. 유월절 식사에는 양고기, 양의 피를 상징하는 포도주, 히브리인들의 고통을 의미하는 쓴 나물, 그리고 누룩 없는 무교병이 포함되었습니다.

 

유월절은 먼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첫째는 안식일이 시작되는 유월절이고, 둘째는 유월절 다음 날부터 시작되는 7일간의 무교절입니다. 무교절 동안은 누룩을 넣지 않은 딱딱한 빵을 먹습니다. 그런데 유월절은 무교절만이 아니라, 무교절이 끝난 후 첫 번째 안식일 다음 날인 맥추절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맥추절의 첫날을 초실절이라고 하며, 첫 열매를 하나님께 바치는 절기입니다. 초실절은 히브리어로 "비쿠림"이라 불리며, 이는 "첫 번째 아들" 또는 "장자"를 의미합니다. 초실절은 유월절 장자의 죽음을 피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자신의 장자를 하나님께 바쳐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장자를 하나님께 바치는대신 속전으로 대신한 것입니다. 따라서 유월절, 무교절, 초실절은 세 절기로 하나의 세트를 이룹니다.

 

모세의 삶과 세 가지 절기의 의미

세 절기는 모세의 삶을 상징적으로 반영합니다. 모세의 삶은 왕가에서의 40년, 광야에서의 40년, 이스라엘의 지도자로서의 40년, 세 단계로 나뉘는데, 이각각 죽음, 장사, 부활을 상징합니다. 첫째, 유월절은 죽음을 상징합니다. 모세는 왕가의 일원이 되기 전에 죽음을 넘어서는 경험을 했습니다. 히브리 남자아이는 죽임을 당해야 했지만, 모세는 어머니의 사랑, 누나의 재치, 그리고 바로의 딸의 긍휼로 살아남았습니다. 둘째, 무교절은 장사와 연관됩니다. 모세는 이집트인을 죽이고 광야로 도망쳐 빈털터리로 낮아지게 됩니다. 이 시기는 죽은 자와 같은 상태를 나타내며, 무교절에는 쓴 나물과 누룩 없는 빵만을 먹습니다. 셋째, 초실절은 부활을 상징합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이스라엘의 지도자로서 사명을 감당하게 되며, 이것은 마치 부활과 같은 경험입니다. 결국 모세의 삶은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도 직접 연결됩니다.

 

유월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유월절 어린양으로서 십자가에 돌아가신 사건과 연결됩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피로 우리의 죄를 간과하셨듯이, 유월절은 우리의 죄가 예수님을 통해 용서받았음을 의미합니다. 무교절은 예수님께 속한 자들이 세상의 양식이 아닌, 영의 양식을 먹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이라 소개하신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사도 바울은 "너희는 누룩 없는 자"라며, 묵은 누룩을 내버리고 새 덩어리가 되라고 권고합니다. 그리스도인과 교회가 누룩 없는 떡처럼 순결하고 진실하게 서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초실절은 그리스도의 부활과 생명을 상징합니다. 초실절은 우리의 모든 것을 하나님께 드리는 것을 가르치며, 그리스도의 순결한 몸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상징합니다.

 

무교절에 먹는 무교병의 의미

오늘 본문에서는 세 가지 절기 중에서 특히 무교절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무교병을 7일 동안 먹으라는 것입니다. 무교병을 먹는 것은 구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성경에서 누룩은 죄, 자기 의, 인간의 열심, 율법주의, 성공주의 등을 상징합니다. 무교절 동안 이스라엘 백성은 집안의 누룩을 모두 제거해야 했습니다. 누룩이 들어가지 않은 무교병은 맛이 없고, 이를 먹는다는 것은 고난을 의미합니다. 신명기 16장 3절에 따르면 무교병을 "고난의 떡"이라고 부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군대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고난을 겪어야 한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무교절은 구원 이후의 삶이 영적 전투임을 상징합니다. 7일 동안 무교병을 먹는 것은 그 기간이 일시적이지 않고, 온전하고 완전한 삶을 의미합니다. 즉, 무교병을 먹는 삶은 우리의 평생에 걸쳐 지속되어야 하는 삶입니다. 바로 우리가 계속적으로 성화의 삶을 살아가는 이유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400년 동안 이집트에서 살며 이집트의 문명과 문화에 익숙해졌습니다. 그들은 본래 하나님 백성이었지만, 애굽 문화에 깊이 물들어 있었습니다. 애굽의 종 노릇 하던 죄 된 습관과 애굽의 문화를 씻어 내기 위해서는 무교병을 먹는 삶이 필요한 것입니다. 결국 무교절은 구원받은 자들이 세상의 누룩을 버리고, 고난의 떡인 무교병을 먹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누룩이 없는 떡은 성도의 인생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광야 인생을 통해 맛없는 떡을 먹으며, 죽어야 할 인생이 우리가 어떻게 출애굽하여 광야로 나아갔는지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무교병을 먹는 것은 세상에서의 누룩, 즉 죄와 자기 의를 제거하는 증거입니다. 애굽에서 있었던 노예의 습관과 죄의 버릇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룩이 있는 떡은 맛이 있지만, 누룩이 없는 떡은 맛이 없습니다. 이 땅에서의 인생은 누리고 즐기는 것이 아니라, 고난과 영적 전투를 통해 하나님께 나아가는 과정임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 복음이 허락한 새로운 삶을 살아가라 

말씀을 마무리합니다. 이스라엘의 달력과 절기는 역사적 사건의 흔적을 남겼을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할 하나님 백성의 생활 모습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신약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받은 제자의 삶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마가복음 6장에서 예수님이 제자들을 전도 사역으로 파송하실 때, “지팡이를 취하라, 양식을 가지지 말라, 돈을 두지 말라, 신을 신으라, 단벌만 입으라.”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마치 출애굽 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떠올리게 합니다. 복음으로 새 사람이 된 우리는 하나님이 새롭게 재정해 주시는 새 해, 새 달, 그리고 새로운 인생의 목적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 내가 기존에 살아왔던 삶의 양식이 담긴 달력을 과감하게 파기하시는 담력이 있길 축복합니다. 이렇게 힘과 용기를 가지고 나아갈 때, 우리는 홍해를 건너고 광야를 지나서 하나님이 약속하신 가나안 땅에 온전히 이르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