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2장 37절-51절
여호와의 밤을 지나 여호와의 군대가 되다
37 마침내 이스라엘 자손이 라암셋을 떠나서 숙곳으로 갔는데, 딸린 아이들 외에, 장정만 해도 육십만 가량이 되었다.
38 그 밖에도 다른 여러 민족들이 많이 그들을 따라 나섰고, 양과 소 등 수많은 집짐승 떼가 그들을 따랐다.
39 그들은 이집트에서 가지고 나온 부풀지 않은 빵 반죽으로 누룩을 넣지 않은 빵을 구워야 하였다. 그들은 이집트에서 급히 쫓겨 나왔으므로, 먹거리를 장만할 겨를이 없었다.
40 이스라엘 자손이 이집트에서 산 기간은 사백삼십 년이었다.
41 마침내 사백삼십 년이 끝나는 바로 그 날, 주님의 모든 군대가 이집트 땅에서 나왔다.
42 그 날 밤에 주님께서 그들을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시려고 밤을 새우면서 지켜 주셨으므로, 그 밤은 '주님의 밤'이 되었고, 이스라엘 자손이 대대로 밤새워 지켜야 하는 밤이 되었다.
43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말씀하셨다. "유월절 규례는 이러하다. 이방 사람은 아무도 유월절 제물을 먹지 못한다.
44 그러나 돈으로 사들인 종으로서 할례를 받은 사람은 누구나 그것을 먹을 수 있다.
45 임시로 거주하는 타국인이나 고용된 타국인 품꾼은 그것을 먹을 수 없다.
46 어느 집이든지 고기는 한 집에서 먹어야 하며, 그 고기를 조금이라도 집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서는 안 된다. 뼈는 하나라도 꺾어서는 안 된다.
47 이스라엘 모든 회중이 다 함께 이 유월절을 지켜야 한다.
48 너희에게 몸붙여 사는 외국인이 주님의 유월절을 지키려고 하면, 너희는 그 모든 남자에게 할례를 받게 하여야 한다. 그런 다음에 그는 본국인과 같이 되어서 유월절에 참여할 수 있다. 할례를 받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제물을 먹어서는 안 된다.
49 본국인에게나 너희에게 몸붙여 사는 타국인에게나, 이 법은 동일하다."
50 이스라엘의 모든 자손은, 주님께서 모세와 아론에게 명하신 대로 하였다.
51 바로 이 날에 주님께서 이스라엘 자손을 각 군대 단위로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셨다.
장정만 해도 육십만 가량이 되었다
열 번째 재앙인 장자 재앙으로 결국 바로는 두 손을 들었습니다. 바로가 당장 떠나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이스라엘 백성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광야로 향했습니다. 37절 말씀입니다. “마침내 이스라엘 자손이 라암셋을 떠나서 숙곳으로 갔는데, 딸린 아이들 외에, 장정만 해도 육십만 가량이 되었다.” 라암셋에서 출발하여 숙곳에 이르렀다고 했는데, 이때 이스라엘 자손 중 장정만 해도 약 육십만 명에 달했습니다. 여자와 아이까지 합치면 이백만에 육박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때가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에서 거한 지 430년이 되는 때였습니다. 4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이스라엘 백성은 애굽의 노예 생활을 하면서 고통받았지만, 하나님은 그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시고 결국 약속하신 대로 구원하셨습니다.
정확히 430년 만에 출애굽했다는 것을 기록한 것은 하나님의 계획과 때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보여줍니다. 430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하나님의 계획 속에 담긴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이 애굽에 거주한 세월을 정확히 기록해 두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의 모든 순간을 세심하게 기억하고 계심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때, 하나님은 그 모든 것을 기억하시고, 때가 되면 반드시 우리를 구원하십니다. 마치 시계처럼 정확하게 맞춰진 하나님의 계획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은 모든 것을 계획하시고 때가 되면 반드시 행하십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여호와의 군대다
흥미롭게도 본문 41절에서는 출애굽한 이스라엘을 '여호와의 군대'라고 부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단순한 집단이 아니라 여호와의 군대로 출애굽을 했음을 나타냅니다. 군대는 전쟁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여호와의 군대로 부르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월절 어린양의 피의 정신이 없는 세상을 새롭게 회복하는 자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약속의 땅 가나안을 정복해야 하는 임무를 받은 자들임을 상기시키기 위함입니다. 가나안 정복은 단순히 땅을 차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성취하고 죄로 관영한 가나안 땅을 심판하기 위함입니다.
이스라엘이 가나안을 정복할 자격은 자신들의 공로 때문이 아니라, 유월절 정신, 즉 어린 양의 피 아래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전쟁은 인간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과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전쟁이었습니다. 그래서 여호수아가 요단강을 건넌 후 가나안의 첫 성 여리고를 정복하기 전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유월절을 지키고 할례를 받도록 명령한 것입니다. 여호수아 5장에서는 이스라엘 자손들이 요단강을 건넌 후 여호와께서 여호수아에게 부싯돌로 칼을 만들어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다시 할례를 행하라고 명하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애굽에서 나온 첫 세대가 광야에서 죽고, 그들의 자손들이 할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할례산에서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할례를 행했습니다. 이때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애굽의 수치를 굴러가게 하셨다고 선언하셨습니다. 이로 인해 그곳의 이름이 길갈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여호와의 군대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인 할례와 유월절
할례와 유월절은 이스라엘이 가나안을 정복하기 위한 무기였습니다. 이스라엘이 적을 눈앞에 두고 할례를 행하고 낫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하나님을 신뢰하는 큰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여호와께서는 이스라엘로 하여금 돌칼로 할례를 행하게 하셨고, 유월절을 지키게 하셨습니다. 여호와의 군대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와 같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할례를 받고 유월절을 지켰다고 해서 여호와의 완전한 군대가 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여호수아가 여리고에 가까이 왔을 때, 여호수아는 한 사람이 칼을 빼어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 사람은 여호와의 군대장관으로, 여호수아 편도, 가나안 사람의 편도 아닌 여호와의 군대장관이었습니다. 여호수아는 군대장관의 명령에 따라 신을 벗고 거룩한 땅에 서게 됩니다. 만약 여호수아가 여호와의 군대장관을 보지 못하고 지나쳤다면 목이 달아났을 것입니다. 이것은 여호수아가 다행히 죽지 않고 어떤 경계선을 건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죽음의 강을 건넌 것입니다.
유월절이나 할례가 뜻하는 바가 무엇입니까? 유월절은 사망에서 생명으로 건너왔음을 말해줍니다. 할례도 마찬가지입니다. 할례는 인간의 혈통이나 가치관과 단절을 상징하며, 옛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바로 죽음이라는 어둠과 밤을 지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42절 말씀입니다. “그날 밤에 주님께서 그들을 이집트 땅에서 이끌어 내시려고 밤을 새우면서 지켜 주셨으므로, 그 밤은 '주님의 밤'이 되었고, 이스라엘 자손이 대대로 밤새워 지켜야 하는 밤이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어두운 밤을 지나면 죽음에 머물러 새벽을 맞이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백성들은 이 죽음의 강을 건너서 여호와의 군대라는 새로운 존재로 빚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유월절과 할례를 통과한 하나님의 백성들은 어두운 죽음의 밤을 지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이스라엘 백성들이 경험한 유월절의 밤, 여호와의 밤입니다.
여호와의 밤
유월절의 밤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 단순한 하룻밤이 아니었습니다. 죽음과 생명, 노예와 자유인으로 갈리는 운명의 밤이었습니다. 장자의 죽음으로 애굽 땅은 멸망의 그림자에 휩싸였습니다. 하나님의 심판은 공정했습니다. 왕이든, 노예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어린양의 피가 없으면 모두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사랑도 드러났습니다. 어린양의 피를 믿고 따른 자들에게는 생명을 허락하셨습니다. 이 유월절 밤을 오늘 본문에서는 여호와의 밤이라 부릅니다.
여호와의 밤이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구원의 밤이요, 애굽 사람들에게는 통곡의 밤이고 심판의 밤입니다. 여호와의 밤은 애굽에서 이스라엘을 건져내기 위해서 주무시지 않으신 것입니다. 밤을 새우시면서 큰 수고를 하셨습니다. 물론 하나님은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는 분입니다. 그럼에도 하나님은 애굽 전역을 돌아다니시면서, 각 집을 처서 장자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신 것입니다. 심판과 구원을 행하기 위해서 온 밤을 새우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이 밤을 새우셨으니 너희들도 밤을 새워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도 밤에 이끌어내는 하나님을 경험하면서 유월절이 반복될 때마다 여호와의 밤을 기억하기 위해서 철야기도를 하는 겁니다.
구원의 빛으로 환한 어두운 밤
밤을 새는 것은 수고스럽고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사람은 빛이 있는 낮에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어둠이 찾아온 밤에는 편히 쉬면서 다음 날을 준비합니다. 간혹 밤을 새우는 때가 있는데, 뭔가를 즐길 때입니다. 밤새도록 먹고 마시며 놀 때가 있습니다. 다음날 시험으로 인해 공부를 하거나 일을 마감하기 위해서 밤샐 때가 있습니다. 기도도 밤새도록 할 때가 있습니다. 간절할 때에는 철야기도도 마다하지 않고 합니다. 하나님이 밤새도록 큰 수고를 하시며 일하신 것도 특별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이스라엘 백성들도 함께 밤을 새우면서 이 일을 기념하는 것입니다.
밤은 어둠을 뜻하기에, 성경에서 보는 밤의 이미지는 부정적입니다. 그리고 빛이 어둠을 비추되 어둠이 깨닫지 못했다는 말씀처럼 하나님은 주로 빛으로 묘사됩니다. 여호와 하나님과 밤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은 어색하고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출애굽기 12장 열 재앙을 일으키신 하나님은 죽음의 신입니다. 열 가지 재앙으로 애굽을 때리는 폭력을 행사하십니다. 애굽 사람들의 통곡은 낮이 아니라 밤에 이루어집니다. 아홉 번째 어둠의 재앙은 이 사실을 상징적으로 말해주는 사건입니다. 하나님이 생명의 하나님만이 아니라 죽음의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사실 여호와의 밤은 어둠이 아닙니다. 하나님이 어둠 가운데에서 활발하게 일하시며 활동하셨기에, 믿음의 눈으로 본다면 하나님의 구원으로 가득 찬 환한 밤이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실 때, 오후 3시로 환한 대낮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 태양이 빛을 잃어 어두웠다고 이야기합니다. 하나님의 구원의 정점이 오히려 어둠으로 가득 찬 밤과 같다는 것입니다. 이 여호와의 밤에는 역설이 담겨 있습니다. 자신의 아들까지도 냉정하게 버리시고 십자가에 달려 죽게 하시는 하나님의 모습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구원의 은혜를 허락한 하나님의 사랑을 나타나게 한 것입니다. 그리고 애굽의 장자들을 무자비하게 죽여버리는 여호와 하나님의 처절한 심판은 결국 이스라엘을 해방하게 한 사건이 된 것입니다. 원수들에게는 가혹하게 심판하지만, 자기 백성은 암탉이 새끼 병아리를 품듯 무한한 자비로 돌보십니다. 이렇게 하나님은 역설의 하나님이십니다. 모순되는 두 극단이 만납니다. 양과 음이 만나듯 그렇게 하나님은 역사하십니다.
뼈는 하나라도 꺾어서는 안 된다
46절 말씀을 읽어보겠습니다. “어느 집이든지 고기는 한 집에서 먹어야 하며, 그 고기를 조금이라도 집 바깥으로 가지고 나가서는 안 된다. 뼈는 하나라도 꺾어서는 안 된다.” 유월절 규례에서 중요한 점은, 한 집에서 유월절 양을 먹을 때 그 고기를 집 밖으로 내지 말고 뼈도 꺾지 말라는 것입니다. 뼈가 꺾이지 않았다는 것은 예수님의 십자가에서의 죽음을 상징합니다. 일반적으로 십자가에서 죄인이 형벌을 받을 때, 빨리 죽음에 이르기 위해서 정강이 뼈를 꺽어서 호흡 곤란으로 질식사에 이르게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경우 비교적 빨리 돌아가셨기에, 옆구리가 창에 찔리긴 하셨지만 뼈는 하나도 상하지 않았습니다. 예수님의 뼈가 꺾이지 않았던 것은 유월절 양의 규례가 성취된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믿는 자들이 하나님의 군대가 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우리에게 여호와의 밤은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함께 연합하는 일입니다. 십자가의 죽음을 마주하는 일 얼마나 두렵고 떨립니까? 그 누가 감당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유월절과 할례, 그리고 죽음의 어두운 밤인 여호와의 밤,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과해야지 우리는 새로운 존재로 빚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것은 세상에 대하여 죽은 자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신약 시대의 할례는 우리의 옛 사람이 죽고, 예수 그리스도와 연합하여 하나님의 군대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믿기 전에는 어둠 속에 있었던 자들이지만,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에 있는 하나님의 영광을 아는 빛이 우리 마음에 비추어졌습니다. 바로 여호와의 밤을 제대로 통과한 자들에게 나타나는 광채입니다. 그리고 여호와의 밤을 통과하는 자는 몸의 할례가 아니라 마음의 할례를 받은 자들입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군대가 된 것입니다. 구약에서 유월절과 할례를 통과한 자들이 여호와의 군대가 된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죽음에 동참하여 진정한 부활 승리를 얻을 하나님의 군대가 되길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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