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장 1절-8절 새번역
1 야곱과 함께 각각 자기 가족을 데리고 이집트로 내려간 이스라엘의 아들들의 이름은,
2 르우벤과 시므온과 레위와 유다와
3 잇사갈과 스불론과 베냐민과
4 단과 납달리와 갓과 아셀이다.
5 이미 이집트에 내려가 있는 요셉까지 합하여, 야곱의 혈통에서 태어난 사람은 모두 일흔 명이다.
6 세월이 지나서, 요셉과 그의 모든 형제와 그 시대 사람들은 다 죽었다.
7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은 자녀를 많이 낳고 번성하여, 그 수가 불어나고 세력도 커졌으며, 마침내 그 땅에 가득 퍼졌다.
8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이 일어나서 이집트를 다스리게 되었다.
모세오경의 핵심 출애굽기
모세 오경 중 가장 중요한 책을 선택하라면 고민이 될 수 있습니다. 맨 처음에 나오는 창세기는 창조주 하나님의 창조 사역과 인간의 타락, 그리고 이스라엘의 기원을 다루는 책이기에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창세기는 문제 제기와 문제 해결을 위한 단초를 설명하는 데 그칩니다. 핵심은 문제 해결인데, 인간의 구원의 문제를 직접 다룬 책이 바로 출애굽기입니다. 모세 오경의 다른 책들도 중요하지만, 레위기와 민수기는 출애굽 후 광야 생활에서 기록된 것이며, 신명기는 광야 생활을 마무리하고 가나안 입성을 앞둔 상황에서 기록된 것입니다. 따라서 모세 오경 중 출애굽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정체성
출애굽기를 살펴볼 때, 네 가지 핵심 주제를 생각하며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이스라엘의 정체성입니다. 출애굽기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언약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한 내용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출애굽 이후 시내산에서 맺은 언약을 통해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선택받은 제사장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정체성은 구약을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되며, 이 약속을 신실하게 이행하는지에 따라 이스라엘의 모든 행복이 결정됩니다. 가나안에 들어가는 목적도 자기 정체성에 맞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나안 족속도 다 쫓아내야 하고, 그들의 문화나 종교를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제사장 민족으로서 주변 나라에 본을 보이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언약과 성취
두 번째는 약속과 그 약속에 따른 성취입니다. 출애굽기에는 하나님의 약속이 분명히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창세기 15장을 보면, 아브라함과 맺은 두 가지 약속이 나옵니다. 조카 롯을 돕고 난 이후, 아브라함에게 실질적으로 돌아온 보상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가나안 땅에 와서 아들 하나 가지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섭섭하고 쓸쓸해하던 아브라함에게 하나님 찾아오셔서 두 가지 약속을 하십니다. 첫 번째는 "뭇별을 보라. 네 자손이 이와 같이 번성할 것이다"라는 약속입니다. 두 번째는 "나그네로 애굽으로 내려가 400년간 지내다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약속입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번성했다는 것을 보아 첫 번째 약속은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약속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그린 것이 바로 출애굽기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은 약속을 이루기 위해 고난을 허락하십니다. 고난은 광야로 표현되며, 우리를 떠나게 하고 안주하지 못하게 하십니다. 고난이 없으면 우리는 결코 움직이지 않습니다. 고난은 우리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합니다. 우리가 애굽 사람이 아니라 히브리인임을, 여기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 약속의 땅으로 가야 할 사람임을 깨닫게 합니다. 현실에서 등 따뜻하고 배부른데, 어떻게 떠나겠습니까? 따라서 고난이 찾아왔다면 안주하지 말고 떠나라는 것입니다. 바로의 핍박과 광야의 시간이 약속을 성취하는 도구로 사용됩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심
세 번째, 출애굽기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하나님이 함께하셨다는 기록입니다. 출애굽 이후 광야의 시간은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을 잘 이행하도록 훈련하신 것입니다. 훈련의 핵심에는 하나님과의 동행이 있습니다. 하나님과 함께 하는 것이 영적인 참된 승리이자 성공임을 말해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나님과 동행하면 어려움이나 고난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도 함께 돌파해 나가는 것입니다. 물 가운데 지날 때나 불 가운데 지날 때, 하나님이 함께 하신다는 뜻입니다. 어려움이 있어도 하나님과 함께라면 결국 승리하게 됩니다. 결국 고난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하나님과 동행함으로 하나님의 언약을 깨닫게 되며, 그 약속이 이루어짐을 알게 됩니다.
구원
마지막 네 번째 핵심 주제는 구원입니다. 출애굽 사건은 기원전 14세기에서 12세기 정도에 있었다고 봅니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큰 교훈이 됩니다. 모든 인간이 바라는 궁극적인 해결책인 구원이라는 문제를 다루기 때문입니다. 히브리인이란 말은 큰 강을 건너온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보통 큰 강인 바다를 건너온 사람들이란 오늘날로 말하자면 이주 노동자와 같은 이민자들을 의미합니다. 애굽 사람들은 야곱의 후손들이 애굽으로 와서 자신들의 땅에서 일하러 온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히브리인들은 그 이름 그대로 다시 큰 강인 홍해를 건너게 됩니다. 새로운 구원을 향해 나아간 것입니다. 자유를 얻고, 한 나라를 이루며, 새로운 생명을 얻는 과정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구원에 대한 표준적인 모형을 제공합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문제로부터 벗어나고 해결하며 구원받고자 한다면, 출애굽기를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출애굽기를 통해 진정한 해방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야곱의 아들의 이름들
오늘 본문은 야곱의 아들의 이름들로 시작합니다. 하나님이 세운 열 두 지파 이스라엘의 이름입니다. 르우벤, 시므온, 레위, 유다, 잇사갈, 스불론, 베냐민, 단, 납달리, 갓, 아셀, 그리고 애굽의 총리였던 요셉입니다. 히브리어 원문을 보면, "그리고 이러한 이름들이 있었다"라고 직역할 수 있습니다. 모세오경의 경우 책 제목을 글의 첫 문장의 중요 단어로 정합니다. 그래서 창세기는 ‘베레쉬트בראשית’, ‘태초에'라는 말로 시작하고, 민수기는 ‘베미드바르במדבר’, ‘광야에서’ 입니다. 출애굽기는 ‘쉐모트שמות’ 곧 ‘이름들’ 입니다. 이름은 존재를 말하고, 생명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이름이 기록되어 남겨져 있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나님의 구원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의 이름이 누구인지를 분명히 밝히는 것입니다. 출애굽을 해야 했던 이유도 하나님의 생명책에 남겨진 이 이름을 보존해야 했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구원을 이룬 자들의 이름을 이어가기 위함입니다.
이와 대비되는 사실은 출애굽기 1장 후반부에 일개 히브리 여인인 십브라와 부아의 이름은 언급하면서도 바로의 이름은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역사가들은 이 왕이 누구인지 관심을 가지지만, 성경은 대제국인 애굽 왕의 이름에 대해서는 조금도 언급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생명에 기록되지 않은 자로 남았기 때문입니다. 바로는 자기의 힘과 권력을 무분별하게 사용해서 자기 생명을 탕진할 뿐만이 아니라 다른 생명을 억압하고 착취하던 자일 뿐입니다. 부자와 거지 나사로의 비유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자의 이름은 없고 거지의 이름은 있습니다. 이것이 예수님의 시선입니다. 사도 바울도 고린도후서 6장 9절에서 자신과 같은 그리스도인들을 향해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라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주목할 만한 사실이 야곱의 아들들을 부르는 순서가 태어난 순서가 아니라, 본처의 자녀들 다음에 몸종의 자녀들을 부른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질서와 포용의 하나님을 보게 됩니다. 정식 부인에게서 태어난 자녀들을 우선적으로 보는 것은 질서와 관련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어떤 일을 하실 때 질서와 율례를 무시하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동시에 하나님은 그 질서에 얽매이지 않으십니다. 하나님은 몸종을 통한 아들들도 야곱의 아들로서 완전하게 포용하셨습니다. 첩실의 자식이라면 배제되었을 것인데, 이들도 아들로 받아주신 것입니다.
애굽으로 내려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그런데 야곱이 아들들과 함께 가나안에서 애굽으로 내려갔다고 말합니다. 나이 130세에 살던 고향을 떠나 타향으로 이주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창세기 46장을 보면, 야곱이 애굽으로 이주한 결정적인 이유가 나옵니다. 야곱은 브엘세바에서 아버지 이삭의 하나님께 희생제사를 드렸고, 그 밤에 하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애굽으로 내려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거기서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내가 너와 함께 애굽으로 내려가겠고 반드시 너를 인도하여 다시 올라올 것이며 요셉이 그의 손으로 네 눈을 감기리라." 야곱은 이 말씀에 의지하여 애굽으로 내려갔습니다. 광야 같은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굳건하게 붙들어야 하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애굽으로 내려가지 말라 하셨다면 야곱은 애굽으로 내려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하는 믿음이야 말로 모든 선택에 있어 우선적인 원리라 말할 수 있습니다.
애굽으로 내려온 야곱의 가족은 모두 70명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의지한 그들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6절과 7절 말씀입니다. “세월이 지나서, 요셉과 그의 모든 형제와 그 시대 사람들은 다 죽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자손은 자녀를 많이 낳고 번성하여, 그 수가 불어나고 세력도 커졌으며, 마침내 그 땅에 가득 퍼졌다.” 성경 기자는 이 사실을 매우 강조해서 표현합니다. 셀 수 없는 뭇별처럼 자손들을 많게 하겠다던 아브라함에게 했던 약속이 성취되었음을 다섯 개의 동사를 사용해서 분명하게 말해줍니다. “생육하고”, “불어나서”, “번성하고”, “매우 강하여”, “온 땅에 가득하게 되었다”라고 말합니다. 출애굽 당시 장정만 60만 명이었으니 남녀노소 합치면 족히 2백만 명은 넘었을 것입니다. 한 일가에 불가했던 이스라엘이 한 민족을 이룬 것입니다.
창세기와 출애굽기 사이에는 400년이라는 시간적 틈이 있습니다. 야곱도 죽었고 열두 아들들도 다 죽었지만, 하나님의 약속은 400년 동안 변함없이 이루어졌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의지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얻게 되는 결론입니다. 아브라함에게 주신 하나님의 약속은 결국 성취된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더디 이루어지는 것 같아 아무리 기도해도 응답이 없어 낙담이 되어 포기하는 분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이 주신 말씀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나는 열매를 먹지 못해도, 나의 후손들은 그 기도와 눈물의 열매를 먹게 됩니다. 끝까지 약속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 말로 하나님을 믿는 백성의 가장 큰 힘입니다.
야곱의 엉덩이뼈에서 나온 사람
오늘 본문 5절에서 야곱의 혈통에서 나온 사람이 70명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여기서 혈통이라는 단어는 에렉크יֶרֶךְ라고 해서 원래 허벅지나 엉덩이를 말합니다. 이것은 남성 생식기를 감싸고 있는 엉덩이 부근의 고관절을 말하며 생명의 근원을 상징합니다. 야곱은 밧단아람에서 돌아올 때 얍복 강에서 하나님과 씨름을 했습니다. 자신을 축복하지 않으면 결코 놓지 않겠다며, 끝까지 자신을 붙잡던 야곱의 엉덩이뼈를 치셨습니다. 이후로 야곱은 하나님을 이긴 자라는 이스라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로 야곱은 자기 힘으로 살 수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야곱은 무력해졌지만, 그때로부터 하나님께서 일하시기 시작했습니다. 야곱의 엉덩이뼈로부터 70명의 가족이 탄생했고, 이어서 수백만 명에 이르는 이스라엘 민족이 탄생했습니다. 애굽은 이스라엘에게 무너진 엉덩이뼈와 같은 곳이었습니다. 고난의 땅이자 이방의 땅이었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생육하고 번성하는 생명의 땅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이스라엘 백성이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약할 때 강함 되시는 것이 사랑하는 자들을 이끄시는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이 섭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이스라엘과 요셉을 알지 못하는 애굽 왕이 새롭게 세워지면서,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유 없이 미움을 받고 강제 노역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기근에서 구원해 주고, 강성하게 해 준 것도 하나님의 섭리이지만, 그들이 이유 없이 억압받게 된 것도 마찬가지로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우리의 연약함만이 아니라 세상의 악함도 사용하시는 것이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의 밝은 면만 하나님의 섭리로 보면 안 됩니다. 인생의 고난도 하나님의 섭리입니다. 어찌 보면 고난이 더 확실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일 수 있습니다.
애굽이라는 하나님의 섭리의 도구
애굽은 이스라엘이 자라나도록 보호해주는 요람이었습니다. 항상 그곳에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떠나야 할 때가 되면 진통과 고난이 시작됩니다. 엄마 뱃속 주머니에 있는 아기 캥거루는 그곳이 가장 안전하고 익숙합니다. 하지만 계속 그곳에 있을 수는 없습니다. 비좁기 때문입니다. 알도 부화할 때가 되면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합니다. 안전했던 곳이 이제는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곳이 되는 것입니다. 출애굽은 애굽 왕 바로의 핍박 때문에 일어났지만, 사실 떠나야 할 때가 되어 필연적으로 생겨나게 된 사건입니다. 결국 바로도 하나님이 충동시켜서 이스라엘을 괴롭히게 하신 것입니다.
사백 년은 긴 시간입니다. 백 년만 지나도 한 민족의 언어와 문화가 달라진다고 합니다. 통일을 걱정하시는 분 경우, 남북이 분단된 지 이제 백 년이 다 되어가기에 불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따라서 그보다 네 배나 더 긴 시간 동안 애굽과 한 몸처럼 지내 왔던 이스라엘이 그곳을 떠난다는 사실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고, 하더라도 엄청난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고통을 겪어야지만, 아이가 아니라 성인이 될 수 있습니다. 고난이 크고 약속이 더디 이루어져도 하나님이 이끄시는 구원의 섭리를 믿음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이십시오. 중요한 것은 매 순간마다 하나님과 함께 동행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결국 구원은 이루어집니다. 출애굽기는 바로 이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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