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사기

사사기 13장 1절-14절 잉태치 못한 자에게 생명을 허락하시다

by 알렉스강 2024. 6. 24.

사사기 13장 1절-14절 새번역

 

1 이스라엘 자손이 다시, 주님께서 보시는 앞에서 악한 일을 저질렀다. 그래서 주님께서는 그들을 사십 년 동안 블레셋 사람들의 손에 넘겨 주셨다.

2 그 때에 소라 땅에 단 지파의 가족 가운데 마노아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의 아내는 임신할 수 없어서 자식을 낳지 못하였다.

3 주님의 천사가 그 여인에게 나타나 말하였다. "보아라, 네가 지금까지는 임신할 수 없어서 아이를 낳지 못하였으나, 이제는 임신하여 아들을 낳게 될 것이다.

4 그러므로 이제부터 조심하여, 포도주나 독한 술을 마시지 말아라. 부정한 것은 어떤 것도 먹어서는 안 된다.

5 네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을 것인데, 그 아이의 머리에 면도칼을 대어서는 안 된다. 그 아이는 모태에서부터 이미 하나님께 바쳐진 나실 사람이기 때문이다. 바로 그가 블레셋 사람의 손에서 이스라엘을 구하는 일을 시작할 것이다."

6 여인은 곧바로 남편에게 가서 말하였다. "하나님의 사람이 나에게 오셨는데, 그분의 모습이 하나님의 천사의 모습과 같아서,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분이 어디서 오셨는지 감히 묻지도 못하였고, 또 그분도 나에게 자기 이름을 일러주지 않았습니다.

7 그런데 그분이 내게 말하기를, 내가 임신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니, 이제부터 포도주와 독한 술을 마시지 말고, 부정한 것은 어떤 것도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아이는 모태에서부터 죽는 날까지 하나님께 바쳐진 나실 사람으로 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8 이 말을 듣고 마노아가 주님께 기도드렸다. "주님, 우리에게 보내셨던 하나님의 사람을 우리에게 다시 오게 하셔서, 태어날 아이에게 어떻게 하여야 할지를 우리에게 가르치게 하여 주십시오."

9 주님께서 마노아의 기도를 들어주셔서, 주님의 천사가 다시 여인에게 왔다. 그 때에 그 여인은 밭에 앉아 있었는데, 남편 마노아는 아내와 함께 있지 않았다.

10 그래서 그 여인은 급히 달려가 남편에게 말하였다. "와 보세요. 저번에 나에게 오셨던 그분이 지금 나타나셨어요."

11 마노아는 일어나 곧 아내를 따라가서, 그 사람에게 이르렀다. 마노아가 그를 보고서, 저번에 자기의 처에게 말하던 그분이냐고 물었다. 그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12 마노아는 그에게, 지난번에 한 그 말이 이루어질 때에 그 아이가 지켜야 할 규칙은 무엇이며, 또 그 아이가 할 일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13 주님의 천사가 마노아에게 일러주었다. 주님의 천사가 마노아의 아내에게 일러준 모든 것을 그 아이가 지켜야 하고,

14 마노아의 아내는 포도나무에서 나는 것은 어떤 것도 먹어서는 안 되고, 포도주와 독한 술을 마시지 않아야 하며, 부정한 것은 어떤 것도 먹어서는 안 되고, 주님의 천사가 마노아의 아내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마노아의 아내가 지켜야 한다고 말해 주었다.

 



저주받은 패턴으로부터 벗어나기

오늘 본문에서 그 유명한 삼손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삼손의 이야기는 사사기에서 가장 많은 분량으로 13장부터 16장까지 이어집니다. 물론 마지막 사사를 사무엘이라 하지만, 삼손은 사사기에 등장하는 마지막 사사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에 배치하지요. 그런지 몰라도 삼손의 이야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단지 내용의 분량이나 극적인 요소가 많아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각자 자기 소견대로 살아가는 시대라 불리는 사사 시대에, 하나님이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이기도 한 소생 불가능하고 죄에 대해 무기력한 상태를 어떻게 극복하시고 구원의 역사를 이루시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사사기에서는 이스라엘이 타락하고, 징계를 받고, 돌이켜 부르짖고, 구원받는 반복되는 순환 구조 패턴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순환은 단순 반복이 아닌 하강형 나선 형태로, 순환될수록 타락의 정도가 더 깊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반복적으로 하나님을 떠나고 악을 행하며, 대적에게 고통을 당했습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죄와 구원 사이에서 하나님은 끊임없이 이스라엘의 완악함과 불가능함을 드러내고, 하나님의 긍휼과 은혜를 보여주셨습니다. 그 안에서 인간은 저주받은 패턴을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결국 벗어나는 것을 포기하는 상태까지 이르게 됩니다.

 

하나님의 안식을 거부하고 세상의 평안을 구하다

삼손의 이야기는 이전 사사들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입다 시대 이후로는 사사들이 이스라엘을 다스리더라도 그동안 평온하였다는 말이 없습니다. 평온하다는 말은 쉐케트 שקט로 안식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사들의 통치가 이스라엘 백성들이 안식을 누리기에는 부족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너무 패역하여서 하나님의 통치 아래에서의 안식을 달갑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대적의 통치 속에서 평안을 찾고자 한 것입니다.

 

삼손의 시대에 들어서는 이것이 극에 달했습니다. 이스라엘이 또다시 여호와의 목전에서 악을 행하고, 하나님은 그들을 40년 동안 블레셋 사람의 손에 넘기십니다. 40년간의 압제와 고통에서도 하나님께 부르짖지 않았다는 것은, 블레셋의 통치를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철저하게 세상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평안과 안식을 추구했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타락이 너무 심각해져서 이제는 하나님을 찾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아니면 너무 오랫동안 하나님을 잊고 살았기에, 돌이키고 부르짖는 것을 잊어버린 것일 수 있습니다. 부모 세대로부터 신앙의 유산을 전혀 물려받지 못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영적으로 불임 상태에 빠진 이스라엘

삼손의 등장은 그 어떤 믿음이나 소망도 없는 영적으로 불임인 시대에 하나님이 특단의 조치를 취한 것일 수 있습니다. 돌이켜 부르짖는 것조차도 모르는 세대이기에, 불가항력적으로 개입하셔서 긍휼을 베풀어 주신 것입니다. 어쩌면 너무나 불행한 세대를 살아간 자들이기에, 특별한 은총으로 하나님이 구원을 허락해 주신 것입니다. 하나님은 먼저 단 지파 사람 마노아와 그의 아내에게 주목하셨습니다.

 

1절 말씀을 보면, 마노아의 아내는 임신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모르는 세대였기에, 바알이나 아세라와 같은 이방 신에게 가서 기도했을지 모릅니다. 세상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자녀를 갖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마노아 부부는 마지막으로 하나님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먼저 하나님을 찾을 줄 몰랐습니다. 하나님이 먼저 마노아와 그 아내에게 나타나셨습니다. 하나님은 마노아 부부에게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바로 마노아 부부만의 구원이 아니라, 단 지파의 구원, 더 나아가 이스라엘 전체를 위한 구원 계획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하나님은 잉태치 못하는 여인을 택하셔서, 이스라엘을 구원할 사사인 삼손을 낳게 하셨습니다.

 

마노아 아내의 불임은 영적으로 불임의 상태에 빠진 이스라엘을 상징합니다. 사라부터 시작해서, 리브가, 한나, 그리고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까지 잉태치 못한 여자들이 나옵니다. 그때마다 하나님은 은혜를 허락하셔서 약속의 후손을 주십니다. 하나님의 일방적인 구원의 역사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원래 모든 인간의 본래 모습은 생명이 없는 죽은 흙과 같습니다. 하나님의 생기가 들어오기 전에는 생명이 없는 상태입니다. 이는 잉태하지 못하는 자의 모습과 같습니다. 사사기 전반에서 드러난 이스라엘의 모습도 이와 같습니다. 하나님의 특별한 조치 없이는 생명을 가질 수 없는 존재들임을 보여줍니다. 그런 먼지와 같은 인생에 하나님은 농부로서 씨를 뿌리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황무지와 같은 밭에서 기적과 같이 열매가 나게 하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안식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

마노아라는 이름은 히브리어로 "안식" 또는 "위로"를 의미합니다. 마노아의 이름은 이스라엘의 안식과 위로를 위한 하나님의 계획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아이를 갖지 못하는 큰 수치에 빠진 마노아 부부에게, 이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생명을 주시고, 이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을 나타내신 것입니다. 이스라엘도 마찬가지입니다. 더는 영적인 열매를 맺지 못하는 황량하고 메마른 광야와 같은 그 땅에 새로운 구원을 시작하시는 것입니다. 인간의 불가능함과 연약함을 넘어서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을 끝까지 돌보신다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시며 일하신다는 증거입니다.

 

하나님이 보내신 여호와의 사자는 먼저 마노아의 아내에게 나타나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은 마노아의 아내에게 특별한 요구를 하셨습니다. 포도주와 독주를 마시지 말고, 아기의 머리에 삭도를 대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부정한 것을 손대거나 가까이하지 않아야 했습니다. 태어날 자녀가 나실인으로서 하나님께 바쳐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나실인은 특별한 목적을 위해 구별된 사람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은 삼손을 나실인으로 택하셔서 부모 역시 거룩한 삶을 살아가도록 요구하셨습니다. 자녀가 구별된 삶을 살기 위해 부모도 구별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자녀에게 먼저 세상과 구별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자녀가 자연스럽게 거룩한 자로 자라나게 하기 위함입니다.

 

마노아의 아내가 하나님의 천사를 만나고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남편에게 전했을 때, 마노아의 반응은 매우 놀랍습니다. 아내의 말을 무시하거나 조롱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오랫동안 아이를 갖지 못하더니 드디어 실성했나, 천사는 무슨 천사냐고 생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노아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아내의 말을 진지하게 들은 후 직접 하나님께 기도하며 여호와의 사자가 다시 오기를 구했습니다. 마노아는 태어날 아이를 어떻게 기를지, 나실인이라면 어떤 규례를 지켜야 할지를 정확하게 알고 확인하고자 기도를 드린 것입니다. 본인이나 아내 모두 신앙에 대해 너무 무지했기에, 순수하게 알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마노아의 기도를 들으시고 다시 여호와의 사자를 보내셨고, 여호와의 사자는 처음 말씀하신 규례를 반복하였습니다. 하나님은 마음의 중심을 보시기에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알려주신 규례만이라도 철저하게 지켜 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또한 신앙이 초보에 불과한 믿음이 연약한 마노아 부부를 위한 배려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우리 인생에 주신 소명과도 같은 하나님의 말씀을 잘 지키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좀 부족한 것이 있어도 나무라지 않으십니다. 심지어 다른 모든 것들은 우리가 구하지 않아도 채워주십니다. 

 

그리스도의 모형으로서 사사 삼손

본문에 나온 삼손의 탄생의 비밀을 담은 이야기를 들으면 떠오르는 신약의 장면이 있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야기입니다. 마리아가 남자를 가까이하지 않았기에 도저히 잉태할 수 없는 여인임에도 성령으로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천사가 와서 이 사실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천사는 마리아에게만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요셉에게도 나타나서 이야기를 해줍니다. 삼손의 경우도 여호와의 사자가 두 번이나 찾아와서 하나님의 뜻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수님은 태어날 때부터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한 나실인으로 구별되어 온 세상을 구원하시고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삼손도 바로 이 역할을 합니다. 삼손의 이름은 태양, 빛이라는 쉐미쉬שֶׁמֶשׁ에서 파생된 단어입니다. 하나님의 구원의 영광을 태양과 빛으로 설명하는데, 바로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따라서 삼손은 예수 그리스도의 모형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사기의 마지막 사사로 등장합니다. 마지막 사사는 죽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구원을 이루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처럼, 삼손도 블레셋이 우상을 섬기는 성전에서 이스라엘의 구원을 이루고 죽은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삼손의 이야기를 통해서 거룩한 삶에 대한 율법적이고 도덕적인 교훈만을 도출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삼손의 어리석음과 연약함은 반면교사가 되어 줍니다. 하지만 삼손의 이야기에 숨겨진 하나님의 주권적인 은혜와 불가항력적인 사랑의 손길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하나님께서 영적으로 소생 불가능하고 죄의 무기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우리 인간을 위해 결국 자신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는 특단의 조치로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구원을 허락하셨는지에 대한 깊은 뜻을 헤아려야 할 것입니다.